들을 때 마다 꼭 녹음하고 싶은 목소리가 있다 할머니, 외할머니와 통화할 때 " 현미 사랑해" 처음 할머니께 들었을 때 할머니는 연거푸 거의 열 번이나 고백(?) 하셨었다. 처음 할머니께서 두 팔을 벌려 머리위에서 하트를 만들어서 차 타고 떠나서 안 보일 때까지 그 모습대로 서 계셨던 장면도 눈에 선하다. 우리 둘 다 눈가를 훔치면서. 조금 더 나이가 들고 가뿐 숨소리로 "나도 현미 사랑해" 라고 말씀하신 외할머니. 사랑을 늘 짙게 느껴왔지만 외할머니께는 막상 처음 듣는 단어다. 이런 표현을 잘 쓰지 않으셨던 할머니의 일상때문이겠지_ 며칠 전 배에다 대고 "예채야 사랑해" 라고 말하던 남편의 모습도- 정말 잊고 싶지 않은, 캠코더로 찍어둘 껄. 늘 아쉬운. 순식간에 지나가버리는 자연스럽고도 가슴벅찬 일상..
네 존재를 처음 인식한 건 지난 주 화요일 아침. (1월 22일) 우리는 반신반의하면서 쉽게 믿어지지가 않았어. 뭔가 일상을 뛰어넘는 새로운 패러다임같달까.. 아직도 이 여운이 짙어. 아가, 4.1mm의 작은 존재야, 네가 느껴진다. 너의 생의 힘이 느껴진다. 너를 지으신 분의 의지가 느껴진다. 고마워.. 고마워..지난 주 널 느낀 후 바로 병원에 갔는데 아직 네가 확인하기엔 너무 작아서 93%의 가능성을 두고 다음주 월, 화 , 수 중에 오라고 하길래 월요일인 오늘 당장 갔단다. 그리고 다다음주에나 들을 수 있을 것 같았던 네 심장소리를 들었어.어둡고 따뜻한 자궁 속에 이미 너의 집을 지어두고, 샛별처럼 빛나는 심장이 뛰고 있었어. 네가 보고 싶어. 아빠와 내가 처음 네게서 전해들은 소리는 힘차고 균일..
아침에 엄마의 전화벨 소리로 일어났다. 흥분한 엄마의 목소리^^ "정말 놀랄만한 일이 있어." 사과나무밭에 짓는 집. 우리가 기도하던 그 이상의 기적과도 같은 일이 현실이 되었다. 집을 설계해 주셨으면 했던 한동대 교수님의 확답이 늦어지는 동안 그 교수님과 함께 계속 작업하셨던 건축사무소 소장님과 연결이 되고, 훌륭하고 넉넉한, 인품과 감각으로 엄마에게 감동을 주셨는데, 그 두 분 모두와 함께 집을 짓게 된 것이다. 우리 집의 규모와 예산을 안다면 이 두 분과 함께 집을 짓는 것이 얼마나 기적같은 일인지! 그 이면에 한결같이 우리 인생 모든 순간들에 이런 기적을 베푸셨던 하나님이 떠올라서, 몰라드려서 죄송하고..감사해서 눈물이 난다. 이렇게 눈에 보이는 기적은 당신을 좀더 믿어달라는 하나님의 메세지, 우..
길다란 나무테이블 건너엔 남편이 노트북을 펴고 이미 예전에 봤던 영화를 다시 보면서 한번씩 깔깔 웃는다 일주일 전에야 나온 결혼사진을 늦게 나왔다고 하면서도 막상 오늘에서야 노트북에 꽂아 열어봤다 일주일 중 4~5일정도는 손님이 찾아왔었고 하루는 교회+시댁, 하루는 넉다운의 패턴으로 지금 82일동안을 가득 행복하게 살아오고 있다 아, 결혼사진을 수경이랑 지인이한테 보여줘야 하는데...하는 미안함도 있었는데 어쨌든 산만하고 바쁘고 게으른 나날들 어제 아침엔 남편이 세미나에서 발표를 하느라 그동안의 쌓인 긴장을 풀겸 오늘은 하루종일 함께다 띠어리에 가서 남편에게 잘 어울리는 심플한 핏의 겨울코트를 찾고는 내 옷을 살 때보다 더 기뻐서 어쩔 줄 몰라한다 튼튼한 재단에 십년은 입겠지 하면서 또 함께 맞을 십년을..
마음을 씻어내리려는 듯 비가 내린다 이사할 때부터 비가 계속 내리고 있어 집정리는 끝이 없는 듯 많은 손길을 구한다 "왜 오빠에게 그렇게 화를 낸 걸까?" 여자의 할 일 이란게 따로 있다 오랫동안 사용하던 스타킹을 정리하는데 자잘한 보풀들이 스티커롤로 떼어내다, 엄마가 운영하는 이새 브랜드의 네이밍이 계속 맘에 걸린다 아녀자들이 손으로 하는 많은 일들.이라는 맥락이 이름이었는데 난 어느새에 그 섭리를 거스르려 내 욕망을 맘껏 치솟는대로 내버려둔 것 같다 음 이렇게 결혼은 시작된 것 같다 아직 공식적인 시작은 아니더라도 이렇게 시작되어 가고 있나보다 수많은 스타킹을 정리하면서 나의 작은 허영의 무더기를 본다 이렇게 필요하진 않았는데 왜 그때엔 (구입시점엔) 그렇게 절실하고 합리적인 소비행태처럼 여겨졌던 것..
새로운 가족이 생긴다.....라! 지금 두 발을 딛고 있는 이 땅이 지구계획되기도 전에, 혹은 계획되는 그 때부터 함께. 계획되어진 그 가족을 이제서라는 제시간을 만나, 제 짝과 함께, 이루어 가는 찰라에_ 나누고 싶은 기쁨과 설렘, 숭고함 등을 내어보입니다. 그 분의 인도하심과 그대들의 목도가 우리를 더욱 탄력있게 무릅에 힘주도록 도와줄 것 같아요 :) ----------------------------------------------------오빠가 왠지 어렵다고 한다.다시- 결혼식에 초대합니다. 숱한 행사 중 하나일 수도 있지만 저희에게는 한번뿐인 소중한 자리를 꼭 당신의 모습과 함께 기억하고 싶어요.(당신이 계셨으면 좋겠습니다.) 이제는 부부가 되어 예수님께서 걸어가셨던 좁은 길을 향해 손을 맞잡..
네팔사람들에게 일요일(안식일?)은 토요일이다. 그들에게 일요일은 한 주가 시작되는 우리나라의 월요일인 셈이다. 토요일 아침. 네팔 현지교회의 예배에 참석하기 위해 먼저 선교사님의 댁에 들렀다. 선교사님 댁에 들어서니 전날 선물로 사갔던 고등어 냄새가 가득차서 반가웠다:) 선교사님은 교회까지만 데려다주시고 사모님과 수언이와 함께 예배드리러 가기로 했다. -아름이는 반주때문에 먼저 교회에. 선교사님 댁은 3층 이 곳은 내려오던 2층 교회가는 길에 있던 힌두 or 이슬람 경전 가는 길에 수언아~ 불렀다. 교회 앞은 교회라는 표식은 없었고, 지난 저녁에 갔던 하이어 그라운드와 같은 하이어 그라운드 베이커리 옆 길로 들어서면 교회로 이어진다. 짙은 오렌지숄을 두르신 분은 사모님. 짧지만 깊은 이야길 나누었고 왜 ..
아름이와 헤어진 촉 (우리나라 말로 뭐라고 표현하지, 로터리?) 아름이는 사역이 있어서 무스칸(수언)이 안내를 도와주었다 이번 여행에서 정말 고마운 친구 수언이 이제 한국에 왔겠지_ 연락해서 초대해야겠다. 파탄시장 과일,야채를 비롯해 저렴한 파시미나를 현지인가격으로 팔고 있고 외국인은 비교적 적게 오는 편. 파탄시장 근처에 힌두교 사원을 가는 길이었는데 문화재들보다는 생활방식등에 더 흥미가 간다 이 날 이후로 파탄시장을 세번정도 더 갔었다. 가슴팍에 붙힌 스티커는 입장권.(외국인 200Rs 내국인 공짜) 정교한 조각들이 가득했지만 그다지 눈에 들어오지는 않았다 이국적인 색감과 정취에 모든 감각들이 쏠려 있느라. 차선없이 종횡무진하는 차도와 쏟아져내리는 오토바이 파도는 넘어 살아남느라 ㅎㅎ 엄마랑 하..
* 포토샵을 했다간 포스팅하기 전에 질릴 것 같다. 아쉬운 화질이지만 그대로 올린다. 한달이 넘게 지났다 이제야 네팔여행을 달콤하게 회상하게 되었다 여행은 지난 후에 음미하는 맛이라던데 정말 여행체질아니야 했던 말 취소 그 시간이 이렇게 기억될 줄이야_ 오랜 세월 기억되고 새로운 색깔을 덧입히게 될 여행이지 않을까... 멋부리지 않고 기억을 정리해본다는 일 세련되지 않은 그 작업이 외려 감미로울 것 같네 네팔에 도착하기 한시간전 가량부터 네팔 여행에 관련 프린트들을 급히 속독. 여행준비는 그때 시작이었거나 끝이었다 적어도 나에게는 ^^ 민석오빠가 함께 가지 못해서 아쉬운 건 나뿐만 아니었다 보풀 양말이(이하 양말)를 데려가야지 하는 생각에 나보다 기뻐하신 우리 엄마 ^_^ 흔들린 사진이지만 모두 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