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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창조의 가족

결혼 82일

Von der Quelle bis heute 2010. 12. 30. 01:17

길다란 나무테이블 건너엔 남편이 노트북을 펴고 이미 예전에 봤던 영화를 다시 보면서 한번씩 깔깔 웃는다
일주일 전에야 나온 결혼사진을 늦게 나왔다고 하면서도 막상 오늘에서야 노트북에 꽂아 열어봤다
일주일 중 4~5일정도는 손님이 찾아왔었고 하루는 교회+시댁, 하루는 넉다운의 패턴으로 지금 82일동안을 가득 행복하게 살아오고 있다
아, 결혼사진을 수경이랑 지인이한테 보여줘야 하는데...하는 미안함도 있었는데 어쨌든 산만하고 바쁘고 게으른 나날들
어제 아침엔 남편이 세미나에서 발표를 하느라 그동안의 쌓인 긴장을 풀겸 오늘은 하루종일 함께다
띠어리에 가서 남편에게 잘 어울리는 심플한 핏의 겨울코트를 찾고는 내 옷을 살 때보다 더 기뻐서 어쩔 줄 몰라한다
튼튼한 재단에 십년은 입겠지 하면서 또 함께 맞을 십년을 기대해 본다
할아버지 팔순 선물로 부드러운 스웨터와 헌팅캡을 사면서 이 옷을 입으실 날들이 이젠 예전보다 더 길지 않음을 세월을 어루만져 본다
(이 즈음 글을 쓰는 사이 남편은 다시 한번 웃었다 귀엽게)
결혼식이라는 엄청난 긴장과 수많은 감정들을 집약한 그 단 하루를 보낸지 80여일이 지나가고 있는 동안
그 이전의 날들과 비교할 수 없는 안락한 나의 테두리 안에 포근히 안겨 지내고 있다
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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