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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rnal line

친정에서

Von der Quelle bis heute 2012. 5. 3. 12:12

 

 

 

친정에서 엄마는 아침에 권사님들과 가재미를 사러 가신다고 하시고 오랫만에 혼자 시간이 났다.

그래도 매장에 일찍 출근한 이모에게 가봐야 하니까 짧게 글을 남기기로 하고 자리에 잠시 앉았다.

친정에 오면 삶이 좀더 단순해져서 내적인 양분을 위한 묵상도 하고 수다스러운 정신을 가라앉힐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여전히 마음이 불편하고.

생각은 서울로, 지쳐있는 친구들로, 내 도움이 닿을 수 없는 안타까운 사람들로... 결국은 내 욕망이었는지, 내 가냘픈 정의감이었는지, 생명없는 제자리걷기였는지..의심하게되는 피로감이 있다.

요즘 읽고 있는 헨리 나우웬의 제네시 일기와 마음으로부터 들려오는 사랑의 소리는 한동안은 같은 고통을 겪는 그 분으로부터 위로를 얻었는데, 여전한 고통가운데서 계속 글을 쓰는 그 분을 생각해보니 절망감도 아울러 든다. 나의 예민하고 소심함, 집요함, 유치한 자기연민 등에 지친다.

고통받는 사람들을 티브이 화면에서 만나도 격렬한 아픔을 느낀다. 내 안에는 정말 MBTI 결과처럼 잔다르크가 숨어있었나- 지금까지 돈과 실력을 쌓아두지 못한 게 참 미안하고 안타깝다. 헨리가 기아로 죽어가는 사람들을 위해 금식을 했던 그 마음을 절실히 공감한다. 그렇지만 무엇인가 이 마음은 사랑이나 연민의 아주 작은 일부분일 수는 있어도 자기 의가, 교만이 되어버리는 독성이 있음을 감지한다.

존경받는 크리스찬 어른들이 드믄 것과 기대할 수 없는 한국 교계에 분노하는 청년들에 대해 생각이 머무른다. 그 분노가 의분이라면 자신이 분노의 공유지대를 만드는 것보다 스스로가 바른 기독교인으로서의 본을 보여주어야겠다는 결심으로 이어지기를 바래보았는데, 아! 이건 내 문제였구나 하고 귀결되었다. 난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없는 것 같다.

 

계속 소망하고 기대하는 말씀을 오늘도 여러번 되뇌였다.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무거운 마음과 어질러진 상념들로부터 자유롭고 싶은데 말씀하신 자유가 내가 바라는 자유와 같은 맥락일까.

하나님만을 존귀히 여기고 예배할 때 다른 모든 것들로부터 자유로워지는 상태가 복잡다단한 일상속에서 지속될 수 있는 건가.

민지네 반 백상호 어린이에게도, 내동생 친구 창용이에게도, 얼이가 만나는 신생아 중환자들에게도 오늘 나에게 주실 자유와 은총을 나눠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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