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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나무도
물기로 출렁이던 때
제 잎으로만 무성하던 때 있었으리."
나희덕, 품
이 시의 한 구절이 이렇게도 마음을 흔드는지
눈물이 흘렀다
서럽기도 하고 울어도 되는건가 싶기도 했다
아직 울기엔 이르지 않나 싶기도 했다
어쩌면 이렇게 울다가 살다가 보면 빈 가지에 누가 앉아 쉬겠지 기대하고 싶다
세상에!
오동나무 한 그루에
까치가 이십 마리라니
크기는 크지만
반 넘어 썪어가는 나무였다
그 나무도
물기로 출렁거리던 때
제 잎으로만 무성하던 때 있었으리
빈 가지가 있어야지
제 몸에 누구를 앉히는 일
저 아닌 무엇으로도 풍성해지는 일
툭툭 터지는 오동 열매에
까치들 놀라서 날아갔다가
검은 등걸 위로
다시 하나둘 내려앉고 있었다.
"그날의 찬란한 빛은 흘러가고
저무는 저녁의 얼룩진 다청색.
목동의 고운 피리소리도 사라졌다.
저무는 저녁의 얼룩진 다청색.
그날의 찬란한 빛은 흘러가 없다."
(게오르그 트라클, <歸鄕者의 노래> 중 '回旋曲', 손재준 역주, 민음사, 세계시인선34, 1975년 8월 20일, p.49)
*나를 위한 팁. 저 한문은 귀향자의 노래 ㅎㅎㅎ
김기석 목사님의 글들을 읽다가 발견한 시어들이다. 목사님의 글은 나에게 다가와 울리고 머문다. 참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