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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rnal line

책의 한 켠

Von der Quelle bis heute 2015. 11. 9. 19:41




"그 나무도

물기로 출렁이던 때

제 잎으로만 무성하던 때 있었으리."




나희덕, 품








이 시의 한 구절이 이렇게도 마음을 흔드는지

눈물이 흘렀다 

서럽기도 하고 울어도 되는건가 싶기도 했다

아직 울기엔 이르지 않나 싶기도 했다

어쩌면 이렇게 울다가 살다가 보면 빈 가지에 누가 앉아 쉬겠지 기대하고 싶다




세상에!
오동나무 한 그루에
까치가 이십 마리라니

크기는 크지만
반 넘어 썪어가는 나무였다

그 나무도
물기로 출렁거리던 때
제 잎으로만 무성하던 때 있었으리

빈 가지가 있어야지
제 몸에 누구를 앉히는 일
저 아닌 무엇으로도 풍성해지는 일

툭툭 터지는 오동 열매에
까치들 놀라서 날아갔다가
검은 등걸 위로
다시 하나둘 내려앉고 있었다.

[출처] 품 - 나희덕|작성자 둑길






"그날의 찬란한 빛은 흘러가고

저무는 저녁의 얼룩진 다청색. 

목동의 고운 피리소리도 사라졌다.

저무는 저녁의 얼룩진 다청색.

그날의 찬란한 빛은 흘러가 없다."

(게오르그 트라클, <歸鄕者의 노래> 중 '回旋曲', 손재준 역주, 민음사, 세계시인선34, 1975년 8월 20일, p.49)


*나를 위한 팁. 저 한문은 귀향자의 노래 ㅎㅎㅎ

김기석 목사님의 글들을 읽다가 발견한 시어들이다. 목사님의 글은 나에게 다가와 울리고 머문다. 참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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