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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rnal line

지난 성탄절

Von der Quelle bis heute 2011. 12. 27. 02:56

말을 이미 많이 해버렸다
감흥없는 죄송한 크리스마스였노라고.
요즘은 C.S. 루이스의 어느 문장이 위로가 된다. 정말 하나님과의 소통이 문이 닫힌 듯 할 때 마지못해 겨우하는 기도를 하나님께서는 가장 기뻐하시지 않을까...하는 내용의.
여느 때처럼 반가운 친구들과 함께한 이브의 저녁식사 준비는 나에겐 사실 발악에 가까웠다.
주님께의 죄송함을 그들에게 대접함으로 어느정도 해결하고 싶었다. 간절했다.
다음날 예배를 가야하는데 남편은 가볍게 일어나질 못했고, 그 사이 나는 거실에서 잠깐 무릎을 꿇었다. 예배를 '드리고' 싶다고, 당신을 참되게 경외하고 싶다고. 기도는 짧게 입 다물어졌다. 드릴 말씀이 없었다. 그럼 하나님께서 하시는 말씀을 듣고 싶다고 하며 가만히 그 자리에서 귀를 기울였지만 두뇌 속에선 바쁜, 중요하지않은 생각들이 빠르게 자리잡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만 멈추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도, 주님께 감히 얻을 긍휼도 없는 듯 했다.
예배시간에 맞춰 교회에 도착했고, 정말 오랫만에 감사헌금을 드렸다. 뭔가 드릴 수 있는게 위안이 되긴 하더라. 조상들의 기복신앙의 색채를
띈다 싶기도 했지만.
예배시간 내내 '주님, 제 마음을 만져주세요. 저를 주님 앞에 부드럽게 해 주세요. 겸손할 수 있도록 제 안에 제 이름을 감춰주시고 주의 이름을 높일 수 있게 해 주세요 . 저의 중심이 굳게 주만 향할 수 있게 해 주세요.' 기도했다. 주님께서는 과연 내 마음을 만져주셨다.
지난 시간이 후회로 얼룩진 것 같지만 주님을 경외하며 친밀히 살아갈 '새 나날'들 때문에 지난 시간이 새로운 의미로 자리잡을 것이라는 소망을 주셨다. 더러운 베들레헴의 동굴같은 나에게도 아기 예수님은 'merry christmas'로 다가와 주셨다.
눈물이 계속 흘러 눈화장이 흐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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