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eternal line

젊은 나의 시절

Von der Quelle bis heute 2016. 6. 28. 12:19



어릴 땐 아둥바둥 살아가는 엄마의 일상을 보며 답답해 했다

나는 한량처럼 느릿하게 즐기며 살아가고 싶었고 아둥바둥 살아가지 않으리라 다짐했었다

그러나 열심히 살아온 엄마의 노년은 엄마의 젊었을 때를 생각하면 상상하기에 욕심일 정도로 꽤 여유가 생기고 윤택해졌다

이제 마흔을 얼마 앞두게 되고 예채는 어린이집에 가면서 주변 사람들은 지나가는 말로 둘째를 가지라고 설득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나는 그동안 건강이 좋지 않다고 생각했다

아이를 키우는 생활은 기존 나의 체력으로는 감당하기 힘든 시간이 파도처럼 밀려오는 것 같았다

피곤하고 쉬고 싶고 한가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포화되어 있었다

그런데 작년부터 부쩍 약해지신 엄마를 바라보며 나의 체력을 비추어 보곤 했다

나는 아마도 인생에서 가장 힘이 있는 시간들을 10년 길면 15년 정도 남겨두진 않았을까 하고

두려움도 얼핏 스쳤다

그리고 이 시간을 한량처럼 느리게 스쳐보내기엔 내 인생에 대해 어떤 종류의 애정이 울부짖었다

(어쩌면 회사를 다니는 워킹맘이었으면 누리지 못했을 깨달음 이었을 수도 있겠다 )

그래서 나는 둘째를 다시 키울 시간을 엄두도 내지 못하겠다

아마 둘째를 키우고 나면 나는 모조리 소진되어 버릴 것만 같다




나는 우선 지금 생활에서 실현가능한 종류의 창작물을 궁리했다

그림을 그리는 게 모든 것의 우선으로 금새 결정되곤 했다



남편은 생명공학자가 아닌 작가라는 직업을 어렵게 정말 어렵게 선택했다

그리고 끝없이 글을 쓰기 위해 고민하고 약한 체력으로 강인한 작업을 틈틈이 해 나가고 있다

그런 남편과 나는 2주에 하나씩의 작품을 온라인 상에 공개하기로 어제 생각을 모았다



당장 설겆이도 해야하고 작업할 방도 치워야 한다

많은 것을 정리하고 버려야 한다

이 두 가지 밑작업으로도 여간 귀찮고 번거롭지만 하고 난 후의 하얀 캔버스나 종이처럼 비워져 있을 내 작업공간이 기다려진다

그리고 그러한 공간이 주어져있음을 정말 감사하게 여긴다




노희경 작가의 드라마 ' 디어 마이 프렌드'를 간간히 보고 있다

자주 보지 않아서 아직 남은 회차가 있지만 그 분의 작품을 구성하는 대사와 배경, 그리고 배우들의 섬세함과 고집 같을 것을 보며 매 번 감격한다

장인들의 열정과 고집과 끈기와 애정으로 만들어지는 작품들은 사람의 마음과 생각을 움직인다

나도 그런 우직하고 땀 흘리는 사람이 되고 싶다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   2024/10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