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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여름방학 때 회화과 교수님에게 제출했던 내 첫 그림을 찾으러 학과사무실에 갔을 때 행방을 아무도 모른다고 했다.
르꼬르뷔지에의 롱샴성당은 나에게 예술작품을 마주했을 때 떨림을 준 첫 작품으로, 잊을 수 없는 의미의 작품이다.
그래서 오일페인트로는 처음 그린 그림의 대상은 롱샴일 수 밖에 없었고, 르꼬르뷔지에를 특별히 좋아하는 건축전공의 내 동생이 그 작품을 참 좋아했었더랬다. 롱샴은 어찌보면 동생과 공감의 첫 열쇠인 듯도 하다.
오늘 문득 내 첫 그림이 너무 그립네.
거칠고도 부드러운 레드컬러와 낮은 채도의 그린을 잘 썼던 작품이었는데. 분명 무명의 학생작품이었더라도 너무너무 맘에 들어서 몰래 가져가버린 거겠지? 웃음과 눈물이 동시에-
아 보고싶다.
서울에 올라가면 베란다에 가둬두었던 그림들 꺼내봐야겠다.요즘들어 지쳐서일까. 독일에 가지 못했던 게 아쉽고 작품을 더 심도있게 다뤄보지 못했던 지난 세월이 아쉽고.
가지지 못한 것들이 다 아쉬운 게 아니고, 원했지만 두려워서 포기한 것들이 아쉬운, 지나간 젊음.
남아 있음을 기억해야 하는 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