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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rnal line

소란스러운 일상

Von der Quelle bis heute 2017. 6. 5. 04:11

작은 아이 한 명과 함께한 지 4년이 다 되어가는 내 속사정은 

육아로 인한 것이라기 보다는 장시간 성찰을 하지 않고 쌓여가는 소음과 탐욕에 노출되어, 삭막해진 정신으로 살아가는 피로로 지쳐있다

책 한권 읽지 못하는 산만한 나의 내면은 일기를 쓰는 것 조차 힘들고 기도는 더욱 숨에 차다

그 찬 숨으로 겨우 짧은 기도를 하고 나면 그 기도 속에 깃든 나의 진심과 고통이 하나님께는 닿을 것이다 라는 기대가 대충 마무리를 짓는다

오늘도 시차에 허덕이며 대충 하루를 떼웠다 

식사를 고민하고 예채와 시간을 보내고 집을 치우고 나면 하루치를 다한 듯한 느낌으로 대충 갈무리를 한다

그리고 지금은 새벽 4시에 가까워지는 시간.

어렵게 애써서 김기석 목사님의 글 조금을 읽었다

그 분의 편지를 보아 지금 외국에서 시간을 보내고 계신 것 같다 

내가 며칠 전 보낸 해외에서의 시간과는 물과 기름처럼 다른 시간을 보내고 계신...

수도원에서 머무신다는 안부에서 나는 마치 신기루를 눈 앞에 둔 듯 목이 말랐고 갈망했다

그리고 내 집을 둘러본다

이 호화로운 공간이 수도원처럼 예수님의 정신을 추구하는 고요하고 오롯한 공간으로 변할 수 있을까 하고..



첫째, 고립의 대안으로 사랑의 공동체를 만들기

둘째, 무의미에 저항하여 기도와 깊은 성찰의 사람이 되기

셋째, 편견과 분열에 대한 대안으로 서로에게 환대를 제공하기

넷째, 사람들을 소외시킬 뿐 아니라 비인간화하는 노동에 대한 대안으로 인간적인 동시에 존엄한 노동을 하기

다섯째, 끙끙 앓고 있는 세계를 치유하기 위해 비폭력, 즐거움, 정의, 그리고 평화를 지속적으로 추구하여 팔복의 징표로 살아가기

(출처: http://www.chungpa.or.kr/board/template.php?contents=body&code=writing&page=1&number=572&inum=0&keyfield=&key= )


내가 허우적거리기 시작한 데에는 내 신앙의 흔들림에 기반한 것으로 기억한다. 본질을 찾다가 본질을 훼손하는 이들에 분노하면서 나는 단지 모든 것에 의심이 많은 분노자가 되어버렸다. 그런데 수도원적 영성이 추구하는 명확한 지향점을 보고 나니, 한편으로는 안도와 해결책에 가까운 길이 적힌 안내서를 만난 듯 하다. 구체적인 일상에 적용하기에는 당장 내면의 무거운 짐들과 함께 작은 한 걸음을 내딛을 발판들이 필요하지만 '사랑'과 '기도'와 '무의미에 저항하는 성찰'을 생각해본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진정 사랑하기 위해 벗어나야하는 나의 성향과 단점들을 어떻게 수정해야 하는 지, (생각만으로도 고통스럽지만)

받아들이기로 한다. 눈물을 기반으로 한 사랑에는 누구도 해칠 수 없는 단단함이 깃든다는 것을 알고있지 않는가.



어제 낮에 일어나서 (오후 4시가 다 되어서야 기상) 확인한 뉴스에는 런던에서 또 다시 테러가 일어났다는 기사가 떴다

나는 몹시 분노했고 그들의 비겁하고 무참한 행위에 흥분했다

남편은 여행중 그들의 입장에 대해 새로운 시야를 제시해준 적이 있다 물질 때문에 종교과 터전을 잃은 사람들의 심정에 대해...

그것이 그들의 행위를 정당화해줄 수는 없지만 인터넷 기사와 댓글들만을 접했을 때 가져볼 수 없었던 새로운 관점은 너무도 신선했고 나의 무지함에 대해 다시 한번 부끄러울 수 밖에 없었다

우리는 우리의 감정에 대해 뻔뻔하게도 정당화를 무의식중에 하며 당당하게 표출한다

다른 측면에 대한 시야를 더불어 가지지 못하면 정의로운 분노도, 슬픔이 깃들지 않은 온전한 기쁨도 누릴 수 없을 것이다

나는 누누히 나의 시야와 나의 생각이 깨어지고 더 바르고 깊은 사고를 할 수 있는 찰라가 오는 것을 '은총'이라고 말해왔다

그리고 지난 4년동안 그 은총을 그다지 누리지 못한 것 같다

내 내면의 소란스러움과 이기적인 사고의 편협함때문에...

나의 생각이 깨어지고 누군가가 던진 돌 때문이 아니라, 스스로가 스스로에게 던지는 성찰의 결과로서의 아픔때문에 내가 변하길, 끝없이 성장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그래서 한 사람을 더 진실하게 사랑하는 삶이 되길 간절히 바란다.


나는 하나님도 성경도 지금은 잘 모르겠다. 그 역사적인 환경도 다양한 신학적 해석도 모두 여지가 있다.

그러나 하나님은 사랑이라고 하셨고 우리가 사랑할 때에 하나님과 함께 하는 것이라고 하신 말씀을 기억한다.

하나님과 함께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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