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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제 갈 길로 떠나고 혼자 남는 시간은 불과 다섯시간
그제서야 서늘한 공기를 마시고 공간의 한숨을 들을 수 있다
오래전부터 아프리카 사람들이 따가운 대기 속에서 마시던 뜨거운 쓴 잔을 나도 한잔 마시고
그들과는 다른 사치를 꿈꾸며 아무소리도 들리지 않음을 친밀하게 감상한다
눈 앞에 놓인 것들이 모두 비워지는 그림을 그리며
그림을 그릴 캔버스는 몇 호로 마련해볼까 계산을 한다
우리가 추구하는 것들이 모두 허무한 것이라고 해도
그것을 공허라고 부르진 말자
낡은 슬픔이 배인 몸짓을 함께 위로해주자
골목 어귀에서 버려진 오래되고 한 때 흔해빠졌던 밥상위에서
오늘의 밥상도 차려지고 인터넷 화면도 제각각 변해가는
이 날의 소란을 고요라고 불러보자
너와 나의 간격을 파도라고 생각해
우리는 먼 바다에서 만난 반가운 물고기와 해파리들
쓸려가며 헤엄치다 운명처럼 만난 해조류들
네 마음을 거기에 두고 내 마음은 여기에 둔 채
외로움으로 악수를 나누는 몇 시간 후의 해후를
기다리지도 않은 채 그냥 만나는 습관적인 밥상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