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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gst Essen Seele Auf

분비.

Von der Quelle bis heute 2012. 4. 7. 18:16

 

 

 

문장과 내용의 깊이에 대한 기준이 높아서 글을 쓸 수 없는 지경에 닿은지는 오래된 일이다. 이것이 허영이라고 해도 별 수 없다.

그래서 지금 적고 있는 문자들에 대해서 스스로 강조해야 했다. 이건 분비물과도 같은 것이라고.

삶을 살아내면 그 내면에 묵은 때처럼 언어들이 쌓인다.

나는 현재를 방관하고 과거를 지워가며 미래를 희망하지 않는 편이다...라고 하면 너무 비관적인가-

이렇게 정의하고 나면 내가 이 정의에 갇히는 느낌이 참 맘에 들지 않는다. 나는 꼭 이렇지는 않다. 다른 여지도 많고 변수도 많아서 가끔씩은 찬란한 만족감을 느끼기도 하고 은총 아래에서 전율하기도 한다.

 

요즘 내 관심사는 수납이다. 어떻게 말끔하게 수납할 것인가. 수납이라는 카테고리로만 블로그를 운영하는 사람도 있는 바로 일상의 그 수납말이다. 중의적인 의미 말고 ㅎ

 

첫번째 하고 있는 일은 버리는 것. 이게 참 어렵다. 코스트코 장바구니에 가득 버릴 옷들을 집어두곤 동네 헌옷수거함에는 넣질 못하겠다. 다 깨끗한 옷들이고 고를 때 감각의 표면을 자극해서 손에 잡힌 것들이기에. 친구들에게 나눠주고 싶은데 사실 그것도 다소 번거로운 일. 입던 옷을 주기에 미안하기도 하고 괜히 베푸는 것 같은 생색은 질색이니까. 어쩌나_

 

스스로를 잘 돌아볼 수 있는 사람이고 싶다. 균형잡힌 사람. 진보니 보수니 정치적인 성향에서도 균형이 잘 잡히고 싶다. 그런데 조중동은 너무 너무 쥐어박고 싶고, 경향과 한겨레의 편향적인 시선에는 아쉽다 정도의 의견을 두고 있다. 허...참 ㅎㅎ 균형맞나?

 

스스로를 꾸미지 않는 사람이고 싶다. 평소에는 자기홍보를 잘하지 않는 편이지 않나 기대하긴 하는데, 막상 스스로를 높이려는 세력과 만나면 나도 어느새 그 들의 평가에 강하게 저항하며 그들보다 나를 우선시 한다. 내세울 게 뭐가 있다고 ㅋ 그러고 귀가하는 길이면 막상 내 자신이 참 초라해지곤 해 암담하다. 내 그대로를 드러내는 것에 두려워하지 않고, 그렇다면 타인의 입맛에 내가 어떻게 느껴지는지에 대해서도 무던히 받아들이거나 넘기고 싶다.

 

가끔 너무 이쁘기만 한 글들을 보면 어느새 그 글의 주인을 폄하하는 나를 본다. 거룩해보이는 종교행위의 글을 쓰지만 전혀 홀리해보이지 않는다. 이유는 단순히 글주인의 삶이 나를 감동시킨 적이 없어서다. 차라리 그런 글을 페북이나 트위터 같은 곳에 쓰지 말았으면 싶을 때도 왕왕 있다. 분노 ㅎㅎㅎ. 그러나 이 상황은 나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기 때문에 공개적으로 절대 지적할 수 없기도 하다. 윽.

 

남편은 가끔 나와 전혀 다른 포인트에서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럴 때면 나는 영락없이 가해자가 되고 그는 피해자가 된다. 이 상황 역시 반대로도 적용된다. 내가 피해자가 될 때에는 세상에서 가장 연약하고 가여운 피해자로 변신! 그렇지만 우리는 한가족. 우리는 사랑해! 이렇게 거친 부분을 서로 드러낸 채 함께 하는 것이 사랑이라는 신중석의 말에 나는 언제나 동의한다. 내가 사랑해온 사람들도 모두 이뻐서가 아니다. 밉든 곱든 사랑하는 게 사랑이고, 사랑은 지켜내고 키워내야 하는 나무와도 같다.

 

'사랑'은 언제나 나의 의도이다. 심지어 사랑이 전혀 닿지 않을 것만 같은 비(非)취향의 사람들을 향해서도 언젠가는 나누게될 사랑에 대한 여지를 두고 싶다. 온 의지를 다해서. 내가 무의식중이든 맘속으로든 폄하하거나 미워한 사람들에 대해 미숙한 태도를 취하는 것은 나의 미숙함 때문이고 나도 사람이기 때문이다. 미완은 어쩔 수 없는 숙명이다.

 

그래서 "내가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혔나니 그런즉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요 오직 내 안에 그리스도께서 사시는 것이라 이제는 내가 육체 가운데 사는 것은 나를 사랑하사 나를 위하여 자기 자신을 버리신 하나님의 아들을 믿는 믿음 안에서 사는 것이라 ."는 말씀은 나에게는 노스탤지어 그 이상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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