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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rnal line

베를린

Von der Quelle bis heute 2017. 8. 21. 15:25




나에게 베를린에 대한 동경은 2000년대 중반 즈음에 봤던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 에서의 무덤덤하지만 극도의 감정을 담은 독일어에 대한 찬미와 어쩌다 공부해보려고 했던 미학과 대학원을 준비하면서 독일어를 공부하면서 짙어졌다

그러다 대학원에 못가게 되면서 순수미술로 베를린 우데카 유학을 염두에 두었고,

긴 시간을 지나 우연히 매거진 B에서 베를린 편이 나왔을 때 거실 협탁에 계속 두며 모퉁이가 닳을 때까지 그 책의 이미지들을 상상했다

그리고 지난 5월 말 독일에 살게 된 동생부부의 명분으로 부모님과 남편과 딸을 데리고 베를린에 입성하게 되었다

베를린에 숙소를 잡을 때까지만 해도 얼떨떨하던 감정을 베를린을 떠나서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내가 그 곳을 지나쳐왔다는 것이 사실이었나 싶을만큼.

베를린을 동경하던 이유는 너무나 가볍고 허약했지만 희구만큼은 무겁고 끈질겼다

첫 날 숙소에 짐을 내려놓고 가까운 레베REWE에 들러 장을 봤다

처음 가는 마트였는데, 수많은 종류의 치즈와 햄과 요거트를 눈으로 훝을 틈도 별로 없었던 것 같다

그럼에도 꿀이 들어간 요거트가 무척 저렴했고 맛있었다 모든게 쌌다

숙소 아래에 궁금하던 The Barn 카페가 있었던 것도 몹시 흔쾌했고, 궁금하던 문구점이 근처라는 것도 흥분되었다

500그람짜리 쌀을 사서 밥을 지었고, 납작한 버튼피치? 납작복숭아도 사랑스러운 맛있었다

베를린 사람들의 다양한 옷차림도 자유로웠다

주어진 이틀정도의 시간이 안타까웠지만, 아이도 있고 가족에 대한 엄마같은 책임감이 있어서 또 다른 시간이었다

여행스타일이 너무 다른 아버지와 여행을 한다는 건 문화재를 꼭 봐야 여행한 것 같은 그 분의 취향을 반영한 여행스케줄이라는 건데,

그것에 대한 아쉬움이 너무 컸다

나는 길거리를 하염없이 걷고 싶었고, 길에서 커피를 마시며 담배를 피고 싶었다

그런데 덕분에 오래된 시간을 돌아봤던 것도 역시 괜찮았던 것 같다

그러나 가장 기억에 남는 건 그곳의 조도나 공기의 무게 같은 종류.

갑자기 지인이가 베를린에 갈 시간이 되어오니 베를린 생각이 나서 메모를 남기게 되었다

글을 적다보니 다시 가보고 싶네


다음날의 베를린돔, 베를린 돔에서 무슨 개선문같은 곳까지 걸어갔다가 오는 길에 탔던 벤츠택시 여자운전수, 소나기 속에서도 공놀이하는 놀이터의 아이들, 유모차를 끌고 무수히 걷던 사람들, 더 반, 또 레베, 밤에 돌아다녔어야 하는데 예채와 잠들어버린 나의 시차, 다음날의 더반, 보난자커피, 베를린 장벽과 교회, 그리고 지겹던 이탈리안 레스토랑들, 끝으로 다시 레베에 들러 예채 아이스크림을 사고 드레스덴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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