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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시아버지 생신.
콧대높은 양반가의 밥상처럼 정성껏 손을 많이 써서 재료의 고유한 맛을 살리는 박장금이가 되어서 밥상만으로 기분이 좋아지고 피로가 풀리는 식탁을 마련하고 싶은데...
아, 요즘 왜 이렇게 힘들까나
와인잔을 들고 걷다가 내동댕 치듯 놓쳐버렸다. 카페트 위로 유리파편과 와인이 흩어지고.
내 상황을 말씀드리고 근사한 곳으로 식사를 하러 나가자고 제안하자니, 죄송한 건 물론, 스스로 두고두고 마음이 안 편할 것을 안다.
벌써 카페트 탈수가 돌아가고 있다. 세탁기 돌려도 되는 거 맞나? 겨우 구겨넣어 돌리는데...
내일 메뉴
소고기 미역국 or 조개 황태 미역국
닭가슴살 견과류 소스 냉채
LA 갈비구이
가지선, 고추선
가지 버섯말이 꼬치구이
해물잡채
굴비찜
굴 스테이크
해물강된장 & 쌈채소
더덕장아찌, 마늘쫑 장아찌, 고추 장아찌, 매실 장아찌, 송이버섯 고추장 장아찌
친정에서 공수한 김치들
예정되신다. ㅠㅠ
닭가슴살 냉채와 가지&고추선, 굴비찜이 궁중요리스럽게 기획되었다;
난 맛있게 밥먹고 싶을 때는 저 위의 것들 중 한가지 요리만 맛있게 해서 밥이랑 요리 하나만 달랑 내어 먹는 게 좋다.
음식이 지나치게 풍부한 한정식집에 가면 뭔가 다 맛있어도 과해서 하나하나의 맛을 모르겠더라.
시장이 반찬이고, 그 시장에 적절한 영양분만 배치한 식단이 식재료에 대해서도 예의를 갖춘 것이라고 생각.
자기 몸을 내어준 식재료 앞에서 겸허히 간촐한 밥상을 받고 싶다 나는.
그러나 식사대접은 왜 같은 적용이 안될까-
다음 생신때는 간촐하면서도 정성이 듬뿍 담겨서, 어머님의 골다공증도 단숨에 치료되어버리는 그런 밥상을 마련해보자^^
여튼 한달동안 밥 못하겠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