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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내동생에게.
먼저 결혼이라는 좋은 명분 뒤에 숨어사는 비겁한 누나의 말들을 용서해줘.
네가 지금 살고있는 시간들은 아마도 네가 의미를 찾지 못하고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지만 그저 묵묵하게 살아보내야 하는 시간처럼 느껴질 거야. 나의 좁은 틀 안에서 만나는 사람들을 만나왔을 때 누구나 한번 그런 계절들을 살아가더라. 나도 그랬고..
그 생활들에서 한걸음 물러나서 지금의 삶을 바라볼 수 있는 냉정한 시선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지만, 그 시선은 지금의 일상들로부터 떠나 많은 시간을 보낸 다음 볼 수 있곤 했어. 그 방법을 지금 시기의 너에게 권해주기엔, 언젠가 한국에서 가장으로 살아야하는 너에게 권해주기엔, 참 조심스럽단다.
상훈아, 언제나 진솔한 진짜 말들을 대화해주어서 고마워. 그래서 네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너의 마음과 혼란을 함께 고통해본다.
늘 형처럼 든든하게 네 길에 가장 최선을 다했던 네 모습이 존경스럽기도 했고, 그렇지 못한 나에게는 비현실처럼 느껴지기도 했었어. 그렇지만 지금 고민하는 널 만나니까 반갑기도 하지만, 마음도 아프구나.
네가 살아낼 인생이 좀더 '확신'에 차서 내딛는 한 걸음이 되기 위한 성장통일 거라고 난 '확신'해.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한 가벼운 몸부림이 아닌 것은 분명히 알고 있어. 네가 평생으로 보여주었던 책임을 곁에서 보아왔잖아.
나에게 그 시기는 가벼운 몸부림으로 신음하면서, 진짜 고통의 정체를 인식하지 못했어. 나의 내면에서는 정작 무엇을 정확히 고통하고 고민하고 있었던 것이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지 못했던 것이, 지나고 보니 아쉬워. 그랬더라도 고민으로 밤을 지새워야할 몫을 보내고 나니, 채워야할 시간이란게 있다는 걸 어렴풋하게 알게되었어.
그렇다고 너에게 그 '몫'을 채우라고 함부러 말할 수 없어.
그렇지만 그 '몫'을 채우기로 결심하고 신음하면서도 묵묵히 그 '몫'을 살아가기로 한다면, 곁에서 함께 진짜 언어를 말하고 진짜 사랑으로 산책하고 가여운 체력으로 자전거를 함께 타줄게.
우리가 믿고, 내가 실존하고 계신다고 확신하는(난 늘 확신과 사실 사이에서의 거리를 기억하고 있어. 염려하지 마.^^)
하나님의 음성은 성경의 텍스트들이야. 너의 귀로 성경을 읽으면서 '진리'로 인해 네가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기대하며 긴 시간 다시 노력해줄래?
나도 아직 흔들리는 다리 위를 걷는 것처럼 휘청이지만, 내 마음 깊은 곳의 단단한 땅은 하나님의 손바닥 위에 있어.
그 분이 내 삶의 의미를 적어내려 가시는 분이고, 그것을 진리로 여기면서 하루살이보다 의미없어보이는 하루들을 감사하며 살고 있어. 그래서 이젠 내 눈으로는 '의미'를 볼 수 없어도 괜찮아졌어. 사실 내 삶으로 근사하게 이 표현을 할 수 없는게 참 미안하다. 실제로 그 믿음을 오용해서 게으르고 비겁한 게 더 많아. 그것이 나의 죄이고.
나에게 너의 삶은 나의 삶이기도 해. 사랑에는 이러한 속성도 있구나.
사랑한다. 내동생.
언제나 널 응원해.